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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아름다운 짐바란, 젊은이들의 서핑 본능이 들끓는 꾸따, 누구라도 힐끗거리게 되는 매혹적인 숍과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스미냑, 문화예술의 마을 우붓까지,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쪽의 작은 섬이 내뿜는 향기로움을 하나씩 풀어놓아 본다.
1 울루와뚜절벽사원의 상부, 기도하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 놓은 ‘찬디분따르’. 발리에서는 어딜 가나 모든 입구에 찬디분따르를 세워 놓는다. 토속종교에서 비롯된 상징적인 의미의 이 문은 오른쪽 기둥은 남자를, 왼쪽 기둥은 여자를 의미한다. ‘세상 모든 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라고. 울루와뚜사원의 곡선 찬디분따르는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것이고, 2번 사진의 찬디분따르가 원래의 모양이다 2 울루와뚜절벽사원 입구. 이곳에서 사롱를 대여해 준다 3 울루와뚜절벽사원은 <발리에서 생긴 일>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이 계단을 오르던 우울한 청춘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일명 ‘하지원 계단’ 4 ‘어둠의 세상’이라 불리는 사원 하부 마당. 이곳에서 닭싸움이 행해진다
Intro “발리는 와리!” 발리가 발리인 이유
이슬람 교도가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토속종교와 융합된 발리 힌두교도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발리는 그 종교적인 특색과 문화로 인해 한층 더 흥미롭고 아름다운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발리 사람들은 해가 떠오를 무렵 야자수 위를 이리저리 오가며 맛난 음식을 던져 주는 그들의 신을 위해 야자수보다 더 높은 건물은 아예 짓지도 아니함은 물론이고 일어났다 다시 자는 한이 있더라도 그 시간이면 늘 깨어 영접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연다. 더구나 하루 세 번, 아침, 점심, 저녁으로 캄보자꽃이나 사탕, 열매, 나뭇잎 등으로 꾸민 ‘와리(wari)’를 신선하게 준비해 올린다. ‘와리’는 최고급 호텔, 일반 가정집, 하다못해 사람들이 오가는 어느 길거리, 시장통 등 장소를 가림이 없다. 허니 그 어느 곳을 지나가더라도 발리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일은 행여 누군가가 공양한 ‘와리’를 발로 짓밟거나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이다.‘발리’라는 지명 자체가 ‘신께 바치는 제물’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와리’라는 말에서 나왔듯이 발리는 그 자체가 곧 아름다운 ‘와리’이다.
아찔한 절경 위의 구도 울루와뚜절벽사원 Pura Luhur Uluwatu
사원 초입에서는 제일 먼저 옷차림부터 점검해야 한다. 행여 반바지를 입었다면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사롱으로 허리 아래를 감싸고 더불어 허리는 끈으로 묶는다. 사원은 기도하는 장소로, 무릎 아래는 불결히 보는 탓에 가려야 하고, 허리에 끈을 두르는 이유는 기도 중 생기는 공복감을 포함해, 모든 분심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조심해야 할 것은 사원을 지키고 있는 250여 마리의 원숭이를 자극하지 않는 일이다. 유난히 반짝이는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은 원숭이들은 안경, 귀걸이, 목걸이, 시계 등 가리지 않고 덤벼들어 순식간에 채간다. 중간중간 출몰하는 그 녀석들에게 행여 물건을 강탈당했다 하더라고 인근에 안내원이 다시 되찾아 주기도 하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 것. 그런 막무가내 원숭이들도 사원의 터주로서 절대로 기도 중인 수행자들은 건드리지 않는 신비한 변별력도 지니고 있다고 하니 한편 기특할 따름이다.
망망대해에 파란 하늘,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잠자리의 날갯소리가 들릴 듯. 이 자리를 찾아들어 명상에 들었을 구도자를 떠올려 본다
울루와뚜절벽사원은 바다를 지키는 신 ‘루드라’를 주신으로 하여 10C경 지어진 힌두사원으로 발리에서는 발리 북동쪽 아궁산 중턱의 베사키 사원 다음으로 중요한 사원이다. 발리 남쪽 부낏반도, 75m 높이의 절벽 위에 세워 놓은 사원은 전체를 하부, 중부, 상부로 나누어 어둠의 세상과 현세, 기도처로 구분해 놓고 있다. 사원 초입에서 만나게 되는 하부 세상이라 지칭되는 너른 마당에는 별 모양을 그려놓은 닭싸움 마당이 있어, 이곳에서 닭싸움을 붙이고 그 싸움을 거친 닭들을 제물로 바친다.
현세를 뜻하는 중부의 영역에는 나무 종을 놓아, 마을 공동체의 각종 소식을 알린다. 5번 치면 도둑이 들었음을, 7번 치면 화재가 났음을, 9번 치면 초상이 났음을 알리고 공동체 화합을 위해서는 25번 종을 친다고.
상부의 기도처는 온전히 수행의 공간으로 일반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절벽 위에 올라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하늘에 마음을 열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발아래 저만치에서 하얗게 몰려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물보라에 아득히 정신을 놓을 듯하다. 어느 힌두의 성인이 그 절벽 꼭대기에 올라 앉아 우주와 인간에 대해 깊은 구도에 들었을 그 순간의 엄숙한 고요가 성큼 앞으로 다가든다.
발리 사람들의 자부심 반자르 |
‘뿌뿌딴’이란 ‘마지막 전쟁’을 뜻하는 말로, 인도네시아의 독립전쟁을 의미한다. 장장 350년에 걸친 네덜란드 식민시기를 거쳐 1946년 8월17일 독립한 인도네시아는 그 사이에도 일본에 의해 2년 1개월여 점령상태에 들었고, 독립 후에도 다시 네덜란드에 의해 재점령당하는 등 시련의 역사를 겪어냈다.
그런 역사를 거쳐 소중한 독립을 쟁취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는 이곳 뿌뿌딴 광장과 박물관은 큰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발리의 주도인 덴파사르(Denpasar) 시내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발리의 명소로 광장 곳곳의 너른 풀밭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산책이나 공놀이 등으로 여가를 즐기고, 국내외 관광객들 또한 필수 코스로 이곳을 들르기도 한다. 발리의 궁궐과 사원의 건축 양식을 두루 혼합해 지은 박물관 건물은 8개의 기둥과 17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8월17일 독립기념일을 상징하고 있다. 3,000년 전부터 식민지, 독립 상황까지, 발리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발리 박물관은 맨 위층을 전망대로 꾸며놓아 시원하게 펼쳐지는 광장과 도시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전시실 내부로 들어서면 2,000년 전 풍장문화에서부터 8세기경 힌두교 문화가 정착되고 사원 주변에 마을이 성립되는 과정, 마을공동체로서 ‘반자르’가 운영되는 모습 등을, 디오라마와 각종 전시물들을 통해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다.
1 뿌뿌딴 광장 옆에 자리한 발리 박물관 2 발리 박물관 맨 위층 전망대에서는 뿌뿌딴 광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3 새해가 오면 무서운 얼굴로 나쁜 것들을 모두 쫓아 준다는 착한 도깨비 ‘오고오고’ 4 송곳니 자르는 성인식을 재현하고 있는 발리클래식센터의 디오라마
“발리의 전통을 느껴 보세요” 발리클래식센터 Bali Classic Center
발리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풍습을 좀더 생생하게 알고 싶다면 우붓에 자리한 발리클래식센터가 제격이다. 향기로운 캄보자 꽃을 머리에 꽂아 주며 환대하는 그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발리 전통 민속춤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공연 뒤에는 각종 체험거리들을 직접 재연하고 있는 장소들을 거치면서 발리 전통의 생활풍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바틱 등, 전통공예도 직접 체험해 본다.
한쪽에는 발리의 마을공동체에서 치루는 각종 전통전례들을 투박하게 빗어 놓은 디오라마로 재현하고 있는데 결혼과 장례식 장면을 넘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성인식의 일종인 ‘마누사 야드냐(Manusa Yadnya)’. 15살 전후 소년, 소녀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쯤, 송곳니를 잘라 주는 의식으로 ‘보또기기’라고도 한다. 그 의미는 또한 어찌나 확고한지…. 먹고 싶은 욕구로 대변되는 ‘청소년기의 거칠 것 없는 욕망’들을 이제부터는 꾹꾹 누르고 인내하는 성인으로 나아가라는 뜻이란다.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것보다 생니를 잘린 아픔으로 며칠은 데굴데굴 구를 듯해 가슴이 아리다. 그 밖에도 무서운 형상에도 불구하고 새해가 오면 나쁜 것들을 쫓아 준다는 착한 도깨비 ‘오고오고’와 둥글둥글 착한 어머니 ‘멘 브라윳(Men Brayut)’이 자리해 논쟁을 예고한다. 술주정뱅 허랑방탕한 남편에 18명의 아이를 두고 지고지순 불평 한마디 없이 희생적으로 자녀들을 가르치며 살았다는 그 여인은 과연 모두의 이상적인 롤 모델일까, 아니면 ‘바보 엄마’의 표본일까?
1 발리클래식센터에서는 전통춤을 비롯해 바틱 등, 여러 가지 체험거리도 준비해 놓고 있다
“물건 값은 ‘확’ 깎고 보세요” 우붓 재래시장 & 우붓 왕궁 Ubud
발리에서도 자부심 높은 문화마을 우붓은 속속들이 자리잡은 레스토랑과 화랑들을 통해 우붓만의 특징과 향취를 맛볼 수도 있지만 대표적인 명소를 꼽으라면 역시 각종 물건들이 싸고 넘치는 우붓 재래시장과 전통가옥의 전형, 우붓 왕궁을 꼽을 만하다.
우붓 왕궁은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왕궁이 아닌, 그야말로 우붓 마을의 왕이 사는 왕궁으로 전형적인 일반 가정집처럼 네 개의 마당으로 분류되어 전통가옥의 모습과 지역의 전통문화행사 등을 통해 지역 문화를 전파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품위 있고 차분한 분위기의 마당 안으로 들어서면 오밀조밀 조성된 아담한 정원과 여전히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곳인지라 삶의 기운이 느껴지는 내실 마당이 또 다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슬금슬금 남의 집을 기웃거리며 돌아보는 동안 행여 집주인인 우붓 왕자님이라도 만나면 어쩌나 걱정 아닌 걱정도 해본다.
우붓 재래시장은 왕궁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데 싸고 다양한 물건들이 그냥 뒤돌아나올 수 없게 옷깃을 잡아끈다. 특이한 인도네시아식 의상과 사롱을 비롯해서 각종 목각제품, 여러 종류의 액세서리와 미술품까지, 고급스러운 명품숍의 럭셔리한 아이템은 아니지만 설왕설래 물건 값을 부르고 깎는 재미에다 가격 대비, 푸근한 장보따리에 신바람이 더해 간다. 이곳에서는 부르는 물건 값의 4분의 1 정도 가격부터 흥정을 붙여야 한다고. 물론 이런 흥정은 목숨 걸고 하면 재미는 반감된다!!
1 우붓재래시장풍경. 싸고 다양한 물건들로 넘쳐난다. 목공예 제품에서 사롱과 의류, 미술품까지 흥정은 필수 2, 3 우붓 왕궁은 발리의 전통가옥의 모습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대문 초입에 서 있는 무서운 얼굴의 석상들은 그 집의 수호신. 그들이 두르고 있는 체크 무늬의 천은 발리 전역에서 자주 보이는 전통 문양으로 ‘조심’을 뜻한다고
자바 커피? 발리 커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도 자바섬, 바탐섬, 발리섬 등지가 3대 커피 산지로 꼽히고 있지만 그중 화산지대에서 재배하는 발리 커피는 그 특유의 향취로 인기가 높다. 발리에서 커피공장은 네덜란드 식민 시절 의무적인 노역의 현장이었지만 지금 발리 커피는 그 브랜드를 찾는 많은 소비자들로 인해 꾸준히 소비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페인이 적은 아라비카 커피, 로부스타 커피, 스태미너에 좋다는, 이름도 재미있는 남자 커피, 사양고양이똥 커피 등을 생산해내고 있는 ‘버터플라이 글로브 브랜드(Butterfly Globe Brand), 코피 발리(Kopi Bali)’는 1935년부터 갈고 닦은 전통과 맛으로 특히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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