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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최고의 월출을 자랑하는 곳
 기암괴석과 해식 절벽의 절정, 태종대
   
영화 "황산벌"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하나 꼽으라면 계백장군과 김유신이 장기를 두는 장면일 것이다. 장기 알처럼 배열된 군사들이 두 장군의 장기 알 이동에 따라 목숨을 잃는 장면은 슬프면서도 희극적이다. 장군들의 전술 도구에 불과한 병사들의 비명은 생생하면서도 너무 끔찍하였다.

영화의 후반부에 가면 김유신은 의미심장한 멘트를 날린다.
"힘이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강한 것이다". 여러 가지 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이말 속에는, 가급적 적은 희생으로 승리도 해야 하고, 통일 후 벌어질 당나라와의 전쟁을 위해선 병력의 절대 보전도 필요하다는 김유신의 고뇌가 농축되어 있다. 그러나 태종무열왕 김춘추는 부드러운 금침과 아리따운 여인의 향이 진동하는 궁궐에서 승리의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너무 장쾌한 풍경이지 않은가 

전투가 끝난 후, 황산벌엔 계백 장군과 백제군의 시체가 무심한 까마귀들의 울음 속에 흐트러져 있었다. 그리고 김유신과 김춘추는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인물로 역사에 찬란하게 기록되었다. 그 김춘추가 삼국통일을 이룩하고 난 후, 휴가삼아 천하를 유람하게 되었고, 어느 해안가를 갔는데 그 풍경이 너무 빼어나 말 타고 활도 쏘며 푹 쉬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해안가의 이름을 "태종대"라고 정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래서 태종대는 다소 부끄럽다. 외세를 끌어들여 영토욕과 권력욕을 성취한, 병사들과 민중의 희생을 담보로 하여 반쪽짜리 통일을 이룬 김춘추가 머물다 간 곳이기에.

 
 
▲ 암석 사이의 유려한 선들을 보라  
 
그래도 태종대의 기암괴석은 너무 아름다우며 깎아지른 해식 절벽을 보노라면 절로 탄성이 터지고 만다. 쪽빛보다 더 푸르게 출렁이는 망망대해는 어찌 그리도 넓더란 말이냐? 54만평의 면적을 자랑하는 태종대 공원에는 해송을 비롯하여 생달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사스레피 나무 등 200여종의 수목이 아름드리 자태를 자랑한다.

 
 
▲ 태평양 너머 그곳으로 우리는 갈 것이다.  
 
울창한 숲에서 상쾌하게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에 취해 일주도로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구비치는 파도가 어느새 발밑으로 다가온다. 청명한 날이면 대마도가 바로 지척으로 보이는데, 기자는 그 대마도만 보면 피가 끓고 만다. 우리 국토의 해안가에서 울릉도나 독도보다 더 가까운 대마도가 왜 우리 땅이 되지 못했는지, 이종무장군이 정벌할 당시 당연히 우리 영토로 편입해야 마땅하거늘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아쉽고 또 아쉬울 뿐이다.

 
 
▲ 절벽 위의 등대가 조마조마하다  

 일주도로의 중간쯤에 가면 태종대 최고의 절경인 신선대 바위와 해식 절벽의 웅장한 자태, 그리고 70년의 역사를 가진 백색의 등대를 볼 수 있다. 신선대로 내려가는 계단은 나무로 보수 공사를 말끔히 하여 아이들도 편하게 내려갈 정도였다.

 
 
▲ 신선들이 놀고 간 흔적이 있을런가  
 
신선대 바위의 풍광은 특히, 보름달이 뜰 때가 가장 압권이다. 신선대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면 달빛은 폭포처럼 바다와 절벽에 쏟아진다. 요염한 달빛의 애무를 받으며 빙판처럼 쭉 뻗은 바다를 보노라면, 여기가 바로 선경이라는 착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태종대 월출은 부산의 그 어떤 월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황홀하다. 반드시 보름달이 뜬 밤에 태종대 신선바위를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 자살바위는 더 이상 비극을 갖고 싶지 않다.  
 
태종대를 이야기하면 아무래도 "자살바위"를 빼 놓을 수가 없다. 훌륭한 경승지와 ‘자살’이라는 섬뜩한 단어는 결코 어울리지 않지만, 태종대에는 6.25 동란의 비극을 고스란히 간직한 자살 바위가 있다. 당시 고향을 등진 피난민들은 가족들과 헤어지면서 막연하게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피난민들은 절망감에 휩싸여 영도다리나 태종대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몸을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 어머니의 자애로운 품이여  
 
지금은 자살바위가 있는 곳에는 두 아이를 품에 안은 모자상이 자애로운 눈길로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생의 마감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 번 삶의 소중함을 생각하라는 작은 배려를 모자상은 담고 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인간의 영원한 고향이 아니던가.

여름철이면 태종대에서 반딧불이축제가 개최되는데, 그만큼 태종대의 공기가 맑고 훌륭하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주고 싶다면 여름철, 보름달이 뜨는 날에, 그리고 반딧불이 축제가 열리는 날에 반드시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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